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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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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어제를 보내고 같이 눈을 뜬 우리. 일어나자마자 씻으러 향하는 그녀.

 

어제밤 피곤한 탓인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잠에 들 생각만 가득했던 그녀였고 그런탓에 평소보다 애정표현도 적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눈을 뜨고 피로가 좀 풀린 그녀가 내심 내게 안겨 귀여운 얼굴을 보여줄까 기대했던 탓에 서운한 기분이 들어버렸다. 뭐랄까 사실은 피곤함 때문이 아니었던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출근준비를 하느라 바쁜 그녀와 그녀를 태워주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나. 나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정신없이 바쁜 그녀이다. 월요일인 오늘부터 금요일까지의 어찌보면 짧기도 어찌보면 길기도 한 짧은 이별의 앞에서 나를 신경쓰지 않는 그녀에게 칭얼거리고 싶었나보다. 그녀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인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출근을 준비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오는 섭섭한 마음에서 나오는 무심한 말과 행동은 어쩔 수 없나보다. 

 

'왜 이렇게 다운 돼 있어?'

'뽀뽀를 안해줘서~'

'해줬잖아~'

'하기싫으면 하지 마~ 나만 하고싶은거였어! ㅎㅎ'

웃으며 장난치지만 서운함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내가 어제 그냥 자서 서운해?'

'응'

'미안 어제 너무 피곤해서'

'괜찮아 귀여웠어'

 

내 기분을 살피며 내 팔을 간지럽히는 모습이 귀엽다. 사실 나에게 어찌해도 상관없이 나는 알아서 내 기분을 풀고 다시 그녀에게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발버둥치듯 애정을 표현하겠지만,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위로를 해주는 그녀가 고맙다. 

 

'사실은 그냥 자서 그런거 아냐. 피곤해서 그냥 잠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눈뜨자마자 바로 일어나서 나가더라구. 그래서 피곤해서 그런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너무 늦게일어나서. 서운했겠다. 미안해'

'괜찮아.'

'앞으로 조심하도록 할게. 내 사랑을 의심하지 말아줘'

 

마치 내가 혼내기라도 한 듯 반성했다는 말을 한 그녀. 그녀의 직장앞에 그녀를 내려보냈다.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여서인지 쿨하게 떠나가는 그녀를 보면 조금 이상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각자의 하루를 보내고 밤이되어 아침에 있었던 일을 핑계로 조금이나마 더 그녀의 사랑을 확인하고싶어였을까. 다른 어떤 말보다 보고싶다는 말을 하면서 그녀에게도 같은 말을 듣고싶었다. 그러면서 아침에 그렇게 떠나간 그녀를 조금은 놀리면서도 다시 한 번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잘 다녀왔어?'

'응 생각보다 밝게있더라'

'다행이네'

'보고싶어'

'.... 오빠는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갑자기..?'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직장과 관련된 얘기를 하다보니 빈정상한 듯이 나의 밀을 조금은 비꼬면서 그녀에게 답장이 돌아왔다. 기분이 상한 그녀가 대담하게 티를 냈던 것이었다. 

 

'나한테 부정적으로만 답하는것같아.'

'빈정상해서 그래. 음 오빠는 나한테 배려가 부족한 것 같아. 배려하기는 하는데 좀 더 세심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아. 어제 밥을 먹을 때에도 오늘도. 어제는 오빠 먹기만 바빴던 것 같고 오늘은 내가 뭘 했는지 궁금해하지 않는것같아.'

 

'음.. 나는 사실 어제는 네가 어제 갔던 그곳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줄 알았어. 그래서 눈치보기도 했고 그러면서도 음식을 잘 잘라주고 먹여주기도 했었는데. 내가 잘 못챙겨줬나보다.'

 

'앞으로는 오빠가 잘 먹던 말던 안챙겨주고 나 알아서 먹어야겠다.'

'...미안..'

'미안하다고 하지마.'

'내가 잘 신경을 못쓴것같아. 앞으로는 조심할게. 오늘은 뭐 내가 이런저런거 물어보는게 의무적으로 느껴질까 걱정해서 잘 못물어봤나봐.'

'그렇게 느끼면 내가 말해줄게. 완급조절을 잘 해봐'

'알겠어 앞으로는 잘 할게.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서 무심한 편인가봐.'

'밑밥까는거야? 그래서 이해해달라고?'

'아니 걱정하는거야. 사실 나는 요즘 정말 아무것도 없이 내가 아끼는 것 그건 아무것도 없고 그냥 너만 아끼는데...음.. 그 마음이 잘 전달이 안되나봐.'

 

이런 대화를 나눴었다. 기분이 이미 나빠있는 그녀였기에 내게 공격적인 말투로 말을 하는건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오늘 하루종일 내 기분을 풀어 줄 그녀의 사랑한다는 한마디를 기다렸던 나였는데. 그 한마디에 신경쓰다보니 그녀에게 무심했던 것 같다. 게다가 어제의 잘못이 같이 생각났던 것이겠지. 

 

항상 그녀에게 나를 좋아하는 마음을 강요하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이렇게 확인받고 싶어한다. 모든 그녀의 모습을 좋아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로는 하면서도 서운한 마음을 가진다. 또 그렇게 욕심을 부린다. 

 

나는 세심함이 부족한 사람인가보다. 그녀가 좋아할 수 있는건 어떤 것인지 생각해야한다. 내가 평소 생각하는 건 그녀에게 꽃을 줘야한다. 혹은 그녀에게 어떤 선물을 하지? 또는 나중에 그녀가 시간이 되면 어딜 가야할 지 알아둬야겠다. 등 지금 당장의 그녀에게 더욱 세심한 하나하나보다는 앞으로 줄 선물, 앞으로 같이 갈 여행지 처럼 당장 그녀가 원하는 것들은 아니었나보다. 지금 그녀가 뭘 하는지 뭘 먹고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나하나 관심있게 물어봐줘야겠다.

 

이렇게 그녀와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항상 두렵다. 무섭고 슬프다. 지나간 그 사람이 생각나는 것일까봐. 혹시 그녀가 비교하는 사람이 지난 그 사람일까봐. 나는 아직도 그 사람처럼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이 들고 그 사람은 혹시 그녀가 원하는 그런 사람이었을까 하면서. 

 

아직 나는 그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그녀란 사람에게 나는 어떤 크기의 존재가 되어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떠올릴 때 나를 생각해 낼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이 든다. 

 

나에겐 너무 과분하다고 생각되는 그녀였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너무 멋지고 대단한 사람. 너무 예쁘고 소중한 사람이 그녀여서 나는 턱없이 부족하다. 나는 많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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